부동산 세제 · 정책설계

장기보유특별공제 10억원 한도가 만든 정책의 역설
※ 아래 내용은 2026년 세제개편안 기준입니다. 개편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 등 초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같은 단지의 비슷한 주택을 서로 교환하는 이른바 ‘제자리 갈아타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꼼수’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제도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납세자의 도덕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책설계의 문제가 보입니다.
1. 2029년부터 무엇이 달라지나
현행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연 4%를 적용하여 최대 80%까지 공제하며, 공제액 자체에는 금액 한도가 없습니다.
2026년 세제개편안은 이를 거주 중심의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하면서 공제액 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구분 | 2027년 | 2028년 | 2029년 이후 |
|---|---|---|---|
| 1세대 1주택 | 거주 연 4% 보유 연 4% |
거주 연 6% 보유 연 2% |
거주 연 8% |
| 최대 공제율 | 80% | 80% | 80% |
| 공제액 한도 | 없음 | 20억원 | 10억원 |
정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양도가액 75억원, 취득가액 25억원인 주택을 10년간 보유·거주한 경우 공제액은 2027년 33억6,000만원에서 2029년 10억원으로 감소합니다. 이에 따라 산출세액은 3억1,600만원에서 13억7,300만원으로 증가합니다.
| 구분 | 2027년 | 2028년 | 2029년 이후 |
|---|---|---|---|
| 공제액 | 33.6억원 | 20억원 | 10억원 |
| 산출세액 | 3.16억원 | 9.23억원 | 13.73억원 |
2. ‘제자리 갈아타기’는 집을 안 판 것이 아니다
주택의 교환도 세법상 양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교환 시점에 기존 주택의 양도소득세가 과세되고, 새로 취득한 주택에는 취득세도 발생합니다.
다만 적정한 교환가액으로 실제 소유권을 이전하면 새 주택의 취득가액이 높아집니다.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새로운 취득가액 이후의 상승분만 양도차익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방법이 아닙니다. 제도 변경 전에 기존 양도차익을 한 번 실현하여 현행 공제를 적용받고, 새 주택의 취득가액을 다시 설정하는 거래입니다.
3. 꼼수인가, 합법적인 절세인가
합법적인 절세로 보는 관점
실제 소유권을 이전하고 정상적인 시가로 거래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모두 신고한다면, 현행 제도 안에서 세금 부담을 관리하는 세무계획에 가깝습니다.
꼼수로 보는 관점
실질적인 주거 이동 없이 취득가액을 높이기 위한 거래라면 제도의 취지를 우회한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다만 실질적인 소유권 이전 없이 명의만 교환하거나 교환가액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면 별도의 조세회피 또는 부당행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유효한 거래인지와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거래인지는 구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4. 장기거주를 장려하려는 제도라면 설계가 모순적이다
제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공제액 10억원 한도가 정책 목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투기·투자 목적의 주택 보유를 억제하면서 실수요자의 장기보유와 장기거주를 장려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래 거주할수록 세제상 혜택도 커져야 합니다.
그러나 공제 한도에 도달한 이후에는 더 오래 거주해도 추가 공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반면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잠재적 양도소득세 부담은 계속 증가합니다.
제도가 보내는 실제 신호가
“한 집에서 계속 오래 거주하라”가 아니라
“양도차익이 더 커지기 전에 한 번 양도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생활권이나 같은 단지에서 주택만 교환하는 제자리 갈아타기는 이러한 세제상 유인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주거 이동의 필요가 없는데도 취득세와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면서 거래가 발생한다면 사회적으로도 비효율적입니다.
5. 누구의 꼼수인가
초고가 주택에 적용되는 과도한 공제혜택을 줄이고 과세형평을 높이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라면 공제 한도는 그 목적에 부합합니다.
반면 장기보유·실거주를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제 한도가 조기 양도와 취득가액 재설정을 유도할 가능성까지 고려했어야 합니다.
예측 가능한 납세자의 행동을 단순히 ‘꼼수’라고 비난하기보다, 왜 세제가 불필요한 거래를 유도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거주를 장려하려면 고액 양도차익에 대한 공제율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거나, 실거주 대체주택에는 취득가액을 승계하는 과세이연 방식을 검토하는 것이 정책 목적에 더 부합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세법은 입법자의 의도뿐 아니라
납세자가 그 법에 어떻게 반응할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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